-----------------------------------스포일러주의선--------------------------------------------------------------------------------------------------------------------------------------------------






"내손을 잡으십시오."

앵커는 왼팔 전체를 튀기며 뇌를 태울기세로 날뛰기 시작했다. 손쓸지경이 지난게 아닐까?

아마 장에 칼침이 박혀 들쑤셔진다 하더라도 이보다 더 아플순 없을것이다.

또렷한 정신으로 인퀴지터가 느끼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했지만 

자신에게 손을 내민 반역의 신의 권유에,아마도 최후의 권유는 

인퀴지터의 정신을 그 어느때보다도 더 날카롭고 냉정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죽음에 임박한 두려움이 이성을 누르고 손을 올리려는 순간
자신을 마주한 엘프의 신과 엘루비앙 너머 하늘속 길게..


아주 길게 걸쳐진 구름의 행렬이 인퀴지터의 눈속으로 조용히 흘러들어왔다.


카다쉬의 이름에 걸맞는 삶 한번 경험한적 없는 드워프는 카르타로써 그 짧은 두 다리만으로
오랫동안 구름아래 자유동맹과 경계를 세운 자들의 땅 모든 곳을 바쁘게 돌아다녔었다.

'구름을 응시하는 자'

지상인들은 이 단어를 별로 달가워 하지 않지만 카다쉬만은 썩 마음에 들어했다.

구름은 어느곳에도 있으며 누구라도 막지못하고 무엇도 가두지않는다.

어느날 농담삼아 자신을 '구름을 쫒는자'라고 카르타의 동업자들에게 말했을때
그들은 카다쉬가 너무 낭만에 빠진것이 아니냐며 놀려댔다.
 
차라리 그랬으면, 카르타의 일은 낭만과는 거리가 멀지 않은가.
 
고작 납기일 이틀을 지난 리륨 몇가마 탓에 피흘려 죽어가는 지친 광부 노동자들의
신음이 카르타 사람들의 웃음소리에 묻힌다.

약속한 대금을 널부러진 그들앞에 내려놓고 카다쉬가 자진하여 제몫의 주머니속
금전 몇푼을 더하자 피섞인 가래침이 손등에 달라붙었다.

드워프들이란.


"고약이라도 사서 바르시게, 당신들도 알겠지만 가장 품질이 좋은 약을
지상인들이 취급하고있으니 그 주머니를 보여주면 알아서 챙겨줄걸세."

"카다쉬, 넌 그 동정심으로 언젠가 볼품없이 죽을거야."

"알잖아, 저번처럼 또 몇놈 죽어나가면 의회에서 불평해댈거야."

"그래 물론 똥에 금칠이나 하는 수염너그들이 하는 불평보다 저런 흙투성이 너그들이 더 쓸모는 있지."



우리도 그 너그들과 다를바가 없다네 카르타동지. 잘도 아닌척 숨기고 있다보니 잊어버렸나보군.
아니, 어쩌면 이미 너그만도 못한 처지일지도 모르지.

하면 무슨상관인가

우리는 구름을 읽으며 살아온 사람들에게 가르침을 받았다.
땅밑에서 사는법 따위 알고싶지도 않네.


인퀴지터는 상자안에서 반쯤 썩은 드워프장난감 병사를 들어올렸다.

사람들이 있었다.자신과 같은 키작은 사람들이..

휘파람황무지에서 찾은 천년의 시간에 묻힌 드워프왕조의 근원과 마주했을때
인퀴지터는 오랫동안 무디어진 자신의 근원에 아직 피가 서려있음을 느꼈다.

사막이 되기 천년전, 그들도 자신과 같이 구름을 응시하며 살았을 것이다.
 
너무나 긴 공백의 사이에도 '추방당하지 않은' 이라는 가장 놀라운 사실만이
인퀴지터의 머리속에서 떠나지 않아 그것이 자신을 괴롭게 만들었다.

앎이란 얼마나 자신의 어리석음을 증명하는가.

무지로 하여금 스스로가 한꺼풀 벗겨졌다면 그 허물안의 나는 무엇인가.

허물은 무엇으로 살았었는지 인퀴지터는 조금 울고말았다.

이것이 카다쉬의 삶으로써 처음으로 느낀 슬픔이라면 아직 여지가 있을것이다.

사라졌다고 생각한 드워프의 피라는 너무나도 통속적인 여지 말이다.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는 말이 이다지도 가슴을 뛰게 할줄은,

카르타의 비웃음이 귓가에 맴돌자 돌의 아이의 마음속 오래전 잊었던 낭만이 되살아났다.
이미 사라져버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과거의 어떤 조각으로부터 얻어낸 그것을.

그것을 영원이라 부른다면 어쩌면 아주 작은 일부에 지나지 않을것이다.

다시 재건할순 없으리라. 복원할순 있을지언정.

인퀴지터는 그 씁쓸함이 바람에 섞인 모래탓이라고 생각했었다.


낭만이란 적어도 그런 종류의 것이라
어떤 지식이나 마법으로도, 신이라도, 메이커 당신 이라 할지라도.


한사람 한사람에게 가르칠 사실들이 모두에게 같은 형태를 불러일으키진 못할것이다.


상상이 실제로 하여금 깨부수어지듯이.


그러나 이 냉엄한 사실을 아는것과 같은 감정의 무게가 돌의 아이로 하여금 

펜하렐이라는 놀라운 신의 경지에 다다른 엘프가 가지고있는 낭만의 조각을 이해하게 만들었다.

티끝 때만큼이나 짧은 생애에 그대와 나를 어찌 비교하겠냐만은.

이 세대의 드워프왕조 역시 죽어가고있는 처지로써,

심지어 그 왕조의 기틀조차도 타이탄에게 허락받음을
알지 못한채 세상의 물질을 다 얻은것마냥 방만해온 처지로써,

귀의할 신도 믿음도 없이 그저 죽지않고 사는것에 매달려온 처지로써,

결국 세상의 모든 외로움이 그저 내가 아닌 다른것들이 나와 섞을수 없는 것이라 믿은 처지로써.

...그런 처지였다고 생각했었지만,  
오롯하게 나만의 생각이었음을 그대와 만나게 되어 눈을 뜨게 되었지 않았나.

당신의 광적인 지식과 열성적인 이해가 추방자를 돌의 아이로써 깨닫게 했음을,
그 많은 가능성들과 의문을 찾아 진실 마주할 용기를,
틀림에 굴하지 않고 더 가까운 사실로 다가갈수 있는 힘을,
모든것을 알았을때 느낄 기쁨을 겸손으로 바꾸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았는가.

인퀴지터는 그 긴 구름의 행렬을 보며 문득 떠올렸다.

아, 구름위에서 땅을 바라보면 어떤 모습일까.

솔라스, 나는 그 가능성에 대하여 알아보고싶습니다. 그대과 함께 말이죠. 그러니까..


"난 당신을 구할겁니다. 이세상을 부술 필요는 없어요. 내가 당신께 증명해보이겠습니다."


인퀴지터의 대답은 너무나도 당연한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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