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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코믹스 그린랜턴 동인소설-윌월드의 붕괴

2013년,2016~17 12월 장편소설 광인 씀

제목:윌월드의 붕괴
장르:엘스월드  
등장인물:가이가드너,할조단,존스튜어트,카일레이너,그린랜턴군단등등..
등급:약간의 욕설,살짝오글,사실적인 폭력 고어묘사주의
기타사항:파이널나이트 이후 시간대. 살짝 뉴52이후 담당작가들 설정과 소재도 빌려왔습니다.
대충 가이가드너가 부탁받아서  윌월드에 할조단 찾으러가는 이야깁니다. 13장으로 이루어져있습니다.




------------------------------------------프롤로그


가이가드너는 옅은 녹빛이 마치 이끼처럼 깔린 땅위에 섰다.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그 초록의 평야에 솟아난듯 세워진 엉성한 건축물들.
공중을 가르는 빛줄기는 녹색 오로라를 흔들어놓고선 온전한 자리를 찾는다.
모든것이 돌아버릴듯한 초록색으로만 가득한 가운데 가이가드너는 마침내 숨을 내쉰다.

-할조단!!!!!!! 이 등신새끼야!!

욕지거리와 함께.


------------------------------------------제1장

-그래서, 할조단한테 재건축에 대한 이론수업을 해주셨다?

-그래.



가이가드너는 컵을닦던 손을 잠시 멈췄다가 시선대신
으레 그 열두방은 더 때려주고싶은 미소를 존스튜어트에게 돌렸다.


-농담으로 듣고있군.

-오, 설마 그럴리가. 아닙니다. 그래서 수강비용은 얼마나 받았는데? 로또번호라도 알려주던가?

-가이. 해몽따윌 하려고 자넬 찾아온게 아냐.

-왜그러셔. 나도 꽤 꿈자리에 대해선 일가견이 있단 말씀이지...

-벌써 일주일째야. 같은시간, 계속되는 내용, 이성적인 대화, 

무엇보다 꿈이라고 하기엔 뚜렷한 의식과 기억이 남아있어.

-....


-처음엔 패럴렉스라고 생각했어. 하지만 내가 그린랜턴으로 복귀하기 전까진..


-쉬--쉬쉬- 조니보이. 결론만 말해. 나한테 원하는게 뭐야.


존스튜어트는 자신의 얼굴 정면에 펼쳐진 가이가드너의 손바닥을 맞닥뜨리곤
잠깐 말을 멈춰 남자의 손 너머의 표정을 살폈다.
생각한것보다 더욱 더 굳어있었지만 그는 말해야만했다.
카일레이너의 직감이 사실이라면, 아니 사실이기에.


-할조단이 살아있어.

-그럴줄 알았다. 난 안가, 그놈하고 다신 얼굴맞댈일 없어.

<가야합니다. 선배>



레스토랑 구획으로부터 부드러운 의지의 빛이 두사람을 비추며 다가온다.
카일레이너, 의지의 실체인 이온에게 자신을 빌려준 필멸체.
그리고 의지 그 자체인 당신께서 익숙한 형태의 오리지널 그린랜턴 배터리를 바탑위에 올려놓았다.
그것은 그린애로우인 올리버퀸이 맡아두고 있어야할 할조단의 배터리일터였다.
소용돌이치는 녹색을 뿜어내는 주인잃은 배터리를 마주한 두사람에게 카일레이너는 말했다.


-중앙배터리가 붕괴되고있어요. 더 늦는다면 그를 만날 기회를 놓칠거에요.

-거 듣던중 반가운소리네, '파이널 나이트'이후로 거기에 쳐박혀서 꿈지럭대고 있었다 이거군?

-할은.. 쭉 거기에 있었어.

-...뭐?

-제가 이 반지를 처음 받은날.. '에메랄드 트와일라잇'부터 지금까지. 조단선배님께선 거기에 계셨습니다.

-..그게 무슨소리야. 그럼 여태까지 온갖 개짓을 떨었던 그놈이...

-우린 모든 시도를 다했어 가이. 나는 물론이고 올리버, 캐롤, 

심지어 할의 가족..그의 동생인 제임스 기억나나? 그에게도 부탁했었어

-....

-간셋은 아직도 연락이 되질않아.

-...왜 나야?


-최후의 보루가 자네이기 때문이지.

-거 영광스러운 직책이로군. 그래서, 다 박살나가는 배터리앞에서 

그놈 휴대용배터리를 대기라도하면. 마법이라도 일어난다니?

-거기에대해선... 어떻게 되는진 아직 성공해본 사람이 없어서 뭐라고 할 순 없지만..

-윌월드로 통하는 문이 열릴겁니다.


카일레이너는 곤란해하는 존스튜어트의 말을 막으며 그렇게 말했다.
윌월드. 솔직히 말하자면,
군단원들중 어느 누구도 자신이 빌려쓰는 의지의 근원이
어디서 충당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본적이 없을것이다.
오아 한가운데 떡-하니 박혀있는 그 중앙배터리안에 또다른 세계.
스스로의 의지를 대변하는 무한한 상상의 현실.
또한 각자 분리된 현실들이 모두 합쳐져 하나의 뜻을 이룬 세계,  
우주창조 이후 상상도 할수없는 세월의 어마어마한 의지의 '총의'가
고작 '전등'모양의 '전력구조물'안에 들어가있다. 심지어 이 '휴대용' 안에도 온전히 들어있는것.
말하자면 단 한번이라도 중앙배터리에 주먹을 쳐들고 맹세를 읊던적이 있는 어엿한 그린랜턴 군단원이라면
모두 이 윌월드를 구축하는데 기여를 했으며 센트럴배터리안에 자신의 의지를 나눠넣은셈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과거의 영광은 사라지고 이젠 손에 꼽힐정도로 전 우주적으로
몇 남지도 않은 그린랜턴 군단의 현재를 보라.
기실 군단의 멸망이후부터 중앙전력은 절망적인 수준으로 바닥을 쳤을터였다.
군단원들이 전멸하고 반지와 휴대용배터리가 파괴된후 중앙배터리는 완전히 힘을 잃어야 했을것이다.  
카일레이너는 약간 흥분속에서 주장하기 시작했다.


-정말 제것은 특별했다 치죠. 하지만 보세요, 이건 제세대 이전의 물건이에요.

-..내 배터리는 간셋이 반지와함께 새로 건네준것이라 확인할 여부가 없었어, 가이.

-......

-가지고 있지?


가이가드너는 정말로 기분이 좋지 않았다.



------------------------------------------제2장
 
모고. 최고의 그린랜턴이자 가장 위대한 의지를 가진 초대형 행성.
존스튜어트는 짙푸른 의지로 뒤덮인 모고의 대지위로 녹색빛을
서서히 꺼트리며 가이가드너와 함께 착륙한다.
드넖은 초원한가운데 깊게 함몰된 자연동굴의 길을따라
빛이 더이상 들지 않는곳에서 두사람을 기다린것은 거대한 모고의 배터리였다.
그 배터리의 크기는 오아 중앙배터리와 흡사한 크기에 마치 생김새조차 꼭 닮아있었다.
밝은 녹색빛에 미간을 찌푸리며 가이가드너가 모고의 배터리를 확인하기위해
다가서는것을 바라보던 존스튜어트가 입을열었다.


-카일이 서둘러서 자네 배터리를 찾아와야 할텐데 말이지.

-그창고를 마지막으로 손댄게 몇년전인지 기억이 안나서 나도 장담 못하겠는걸.

-제발 거기에 있길 바랄뿐이야.

-왜 그러셔, 카일 몸안에 있는 이온나부랭이가 있다고 하시는데 아마 온전히 어디 잘 쑤셔박혀있을거야.

-빈티지보틀사이에 말인가?

-사실 뭐라도 깨먹으면 몇달쯤 부려먹을까 생각중이거든...


가이가드너는 모고의 거대한 의지력이 뿜어져나오는 배터리 한가운데 손을 뻗어보았다.
오래전에 만져보았던 형체없는 그 경이로운 감각이 손끝에서 바람처럼
흩어지자 행성이 가진 의지가 예전과 다름없음을 알수있었다.


-이봐 조니보이, 모고는 왜 잠자코있는거야?

-모고가 이렇게된지 오래되었네, 정확히는 중앙배터리에 균열이 가기 시작한시점부터.

-...

-간셋조차도 포기하셨지. 하지만 확실한건 중앙배터리에 경유해서 

윌월드로 갈수있는 문을열수있는 곳은 오직 여기뿐이라는거야.


가이가드너가 뭐라 반문하기도 전에 존스튜어트의 팔에 들려있던
할조단의 배터리가 그의 가슴팍으로 밀어 건네지자,
더이상 어디까지 구겨질수도 없을 그의 인상이 완벽하게 불만을 표출했고
그의 표정에 존스튜어트는 슬쩍 미소지었다.


-이게 우리의 마지막 기회야.

-워워, 정확하게 가자고 '우리'? 노노. '너희'. 나는 빼고 넘어가,
이몸은 그저 이 지저분한 구출작전에 휘말린 가련하고 불쌍한 민간인일 뿐입니다요.

-그 가련한 손아귀로 할을 끌고나와줬으면 좋겠는데 말야.

-너스레가 늘었구만, 하지만 말야 존, 그놈이 손잡고 이끌어준다고 발맞춰 걸어갈 위인이디?

-자넨 그렇고? 불평불만은 그쯤해둬, 시간 그렇게 여유롭지 못하니까..

-아쫌.. 가기싫다고..!! 니미.. 내가 왜 지발로 걸어나오지도 않을놈 데리러 가야하는데!!!

-마지막으로 시도했던 사람이 누군줄 알아?

-이봐 조니...!

-톰 이었어. 그친구가 그러더군.

-.....

-'아무래도 조단씨는 흠씬 두들겨 맞고 끌려나오는쪽을 택하실 모양이에요.'..라고 말야.

-빌어쳐먹을..


-동감이네.


가이가드너는 짜증이 머리 끝까지 솟구쳐 뒤도 돌아보지않고 성큼걸음으로 돌아섰다.
자신의 어깨를 두들기며 그의 등을 떠미는 존스튜어트가 지을 미소는 상상할 필요도 없지.
그는 할조단의 배터리를 자신에 비하면 수미터나 더 거대한 모고의 배터리로 치켜들었다.

이상한 세계로 통하는 문이 여기있다. 문을 여는 열쇠는 이 괴상하게 생겨먹은 눈아픈 초록색 배터리.
 
모든 그린랜턴에게는 자신만의 배터리가 있는 법이다. 그모양,
그 크기가 어떻던간에 무형의 힘을 실체화할수있는 동력원은 그것뿐이다.

그리고 그 동력을 켜는 스위치는 맹세. 가장 밝은낮인지 깜깜한 밤인지 하는 쓰잘데기없는 말들.
하기사, 어떤바보라도 하루에 한번씩 매일매일 그 맹세를 읊는다면 외우지않고 배길수있으랴.
절대로 잊지못하게 하기위해서 고안한 반복학습 끝에 반지를 거쳐간
모든 녀석들의 뇌속 어딘가에 예쁘게 새겨진 맹세.

가이가드너는 그것을 읊는다.


<가장 밝은 낮에도, 가장 어두운밤에도, 어떠한 악도 나의 시야를 벗어날수 없으리>

<악을 숭배하는 자들아, 나의 힘을 경계하라>

-그린랜턴의 빛을..!!


엄청난 에너지의 흐름이 가이가드너의 손에 들려진 배터리와
모고의 배터리를 교차하며 작은 녹색 폭풍을 일으켜 그를 빨아들였다.
초록바람이 마치 빛에 반사되는 분진처럼 존스튜어트의 시야를 방해하여
잠시 고개를 돌릴수밖에 없었지만, 그가 마지막으로 본 흐릿한 시야로는
가이가드너의 해묵은 컨버스신발 밑창으로 회오리에 말려들지 않기위해
안간힘을 쓰던 것 뿐이었다.물론 눈을 질끈 감았다 뜬 뒤엔 그마저도 깔끔하게
휩쓸려 모고의 배터리 안으로 빛과함께 사라지고있었지만..

결론은, 특정한 문을 열기위해서는 올바른 열쇠를 꽂아야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존스튜어트는 그가 정확한 열쇠였음에 의심하지 않는다.
그의 흔적은 온데간데 없이 오직 모고의 거대한 배터리와 자신만을
남겨둔채 녹색 빛무리와 함께 어디론가 사라져있었다.
바닥에 나뒹구는 힘이 소멸한 할조단의 텅빈 배터리를 바로세워 바닥에 내려둔채로
존스튜어트는 배터리안에서 일렁이는 의지의 흐름을 지켜보며 카일레이너를 기다리기로 한다.
이제부터는 정말로 시간과의 싸움이다.
   


------------------------------------------제3장
   
힘.

그렇다, 힘이 있다면, 아니 힘이 있었더라면.
아아, 후회한들 어쩔텐가 이미 모든 것이 재가 되어 버린것을.
남자는 잿속에서 타다 남은 덩어리처럼 일어나 흩날리는 것들을 주워 담았다.
현실아닌 것들에 기대어 그는 스스로 만들어낸 상상의 가능성을 이루기로 마음먹었다.
허황되지 않은 것은 유일한 결의뿐, 남자는 다른 모든것을 털어내었다.
의무, 명예, 신의, 금기, 동료, 친우, 목숨, 목숨, 목숨, 목숨..

마침내 덩어리는 텅 비어 껍데기만이 남아버렸다.
그 비어버린 사발에 무엇을 담아도 흘러 넘치고 말겠구나.
참으로 작은 그릇이로다.
누렇게 뜬 한잔의 고통으로도 가득 차는구나.

마셔버리자


-....


할조단은 악몽에서 깨어난다.
바닥에 깔아두었던 매트와 함께 털어낸 악몽은 달콤한 꿈과 같은 뜻이 되었다.
그만큼 흔한 하루의 시작이란 이 녹색의 엉성한 마을에서 뛰어다니는
작은 녹색 난쟁이들에게 다정한 인사를 건네며 초록맛이 나는 녹색커피를 마시는 것과도 같다.


-$%^^!!

-%%!! ^^!!



할조단의 보폭에 열배는 더 되는 발달음질로 종종대는 저 '작은이'들이 괴이쩍은 상상력의 언어로
다른세계에서 쫒겨나 눌러앉은 외부인에게 아침인사를 건넨다.
일정은 하루가 다르게 촉박하지만 그는 침착했다. 일정의 끝은... 세상이 망하는 날!!
더없이 침착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
게다가, 그는 적어도 두어번 최후의 날을 겪어보았다.
그중 한번은 막아내는데 성공했지.

작은이들의 구호에 손맞춰 옮겨지는 저 빛나는 초록의 덩어리들이
무사히 갈라져가는 공허에 안착해 땜질되어 굳어간다.
새로운 땅, 새로운 의지는 적지만 날마다 곳곳에서 흘러들어와 재건의 토대가 되어주고 있었다.
카일 레이너의 깨달음 덕분이리라.
밖에서 그를 직접 만난것은 손에 꼽을정도지만 이 윌월드 안에서 느끼는 것 만큼이나
큰 버팀목이 되어주었다.
그가 우주를 돌며 보여주고 실천하며 느끼게 해주는
많은 용기와 선함의 노력에 자신의 손으로 놓아버린 것들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내가 잊은것들, 후회한들 어쩔텐가 이미 모든것은 재가 되어 날아가버렸다.
그러니 이젠 다시는 놓지 않으려고 한다.

할조단의 마음이 다시금 일어선 날부터. 그는 공포의 존재와 다시 맞서게 되었다.
저 공허의 틈으로부터 시선을 느낄 수 있다.

패럴렉스. 너는 나와 같은 눈을 하고 있지만, 더는 함께하지 않을 것이다.
남자는 자신의 몸보다 두배는 큼직한 덩어리에 깔려가는 작은이를 도와 그것을 손수 공허에 펴발랐다.
손에서 간질거리는 바깥세상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 의지는 빠르게 굳건해 지리라.


-$%%!! %@#$!!

-음? 무슨일이지?

-%%$***!! ***! ***!

-이런, 진정해, 진정하고, 괜찮을거야. 또 내 손님이겠지. 

저번처럼 돌려보낼테니 너무 번거롭게 생각하지 말아줘.

-$#@$ ==..

-알았어, 알았다니까.



손을 내두르며 남자는 걸어둔 재킷에서 거의 쓸 일이 없는 물건을 꺼내들었다.
빛바랜 그린랜턴 군단의 반지가 눈마주칠 시간도 없이 바지주머니로 굴려졌고
빠른 발걸음으로 그는 늘 향했던 방향으로 산책에 나선다.
할조단은 연이은 이 재상봉이벤트가 최후의 만찬같은 느낌이라 싫진 않았다.
아니, 정말로.
요 몇일간 먹은 욕만으로도 분명 여기서 아주 오래 오래 살 수 있다니까 그러네.


------------------------------------------제4장

지평선을 가르는 평화로운 초록으로 눈의 깜박임에 따라 보였다,
사라졌다가. 벌써부터 시력이 좋아지는 기분이로군.
가이가드너는 어린아이 낙서만큼 서투른 비입체적인 조형물들을 관통하기 위해 바랜건물 잔해를 넘는다.
틈바구니에 주먹이 들어갈정도로 비틀린 문을 열어보려 시도하다
고리를 뽑아내곤 어이가 없어져 웃음을 한숨과 털어낸다.
조니보이, 이녀석 수강료도 못 건진 모양이야.

재차 낭비한 시간으로 유감을 느낀 그는 발을 서둘러 망가뜨린 잡동사니속을 벗어나 할조단을 찾아나선다.
그가 여기 어딘가에 있으리라는 확신은 없지만 증거는 있다.
절친한 그들앞에서 열쇠구멍을 걸어버리고 모른척 귀를 막았을테지만 무슨상관이랴
약속대로 흠씬 두들겨패서 죽지 않을정도로 만들어 놓고 덜미를 잡아
진짜세상으로 내동댕이 치면 그만이지.

그걸 위해서 여기에 온 것이 아닌가. 네가 그걸 바랬기에 나를 이곳에 들여놓은 것이 아니겠느냐.

사내는 오르는 혈압을 긴 콧김으로 내쉰다, 피가 끓는다.

산다는것은 대체로 엿같은일이다.
상황이 마음먹은대로 흘러가지도 않거니와 원하는것을 반드시 얻으리란 보장도 없다.
하지만 적어도 최악으로 굴러가지 않게 필사적으로 발버둥칠 기회는 주어진다.
평균의 삶이 그런것이다. 빌어먹을,
가이가드너는 거칠게 분노를 되삼키고 숨을 고르며 걷기 시작했다.
평균의 삶? 언제 이런것을 상정하며 살았단말인가.
발버둥 칠 수있는 것도 매달릴 것이 있어야 할 수 있는 짓이거늘 여긴 그마저도 부실하게 무너지고 있었다.

빌어먹을 할조단, 왜 날 이안에 들인거야. 톰도 캐롤도 올리버 퀸도 아닌 나를,

내가 여기에 들어오면 안돼잖아.

자문하면 별수없게도 기억들이 스멀댄다.
독하게 이 악물고 떠올리면 거기엔 곪아터진 나와 네가 사방 흩어져 냄새를 풍긴다.
하지만 그때 뼛조각이 쌓였던, 시체거적이 나뒹구는 오아에서 한구 더 추가될 이유가 없었던건

진짜로 네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냐?

무너지는 시간들 속에서 그녀와 나를 함께 지우지 않은건 네가 아니었기 때문이었어?

그냥 생판 남이라 관심이 없었으니까 매번 내 가게에 쳐들어와서 죄 때려부숴놓고 그랬던 거였냐?

알맹이가 조또 너랑 상관없는 공포의 어쩌구 저쩌구 그런 실체라서?

피차 자초한 인생들이고 말아먹은 운명이다만, 이렇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하면, 이 갈 곳 없는 분노는 어디로 향해야 하는가.

아니지

다른방법도 있지 않은가. 모두 실패했다. 모두 내쳐졌다고, 왜 내가 성공할 거란 도박을 하고 자빠진건가.
이 같잖은 세계 하나 살리자고 들어온게 아니잖아, 그냥 할조단 때문 아닌가 따지고보면.
그놈이 뭐라고 다들 지례짐작해서 현명하지 못한 종목에 과감함을 보이는가.
이미 하향세라고. 휴지조각이 된지 오래라 되물릴수도 없는 퇴물에 대체 무슨 지랄들이야.
가이가드너는 잠시 걸음을 멈춰 바짓단에 묻은 녹색을 털어냈다.
저기 어딘가에 빛바랜 건물하나가 산산히 부서지고 영토를 비워낸다.

잊혀진 의지의 꿈결들이 사방으로 흩어지려다 공허로 순식간에 휩쓸려 들어갔다.
그 너머에서 무언가 노란 눈길이 희번득거리며 낄낄댔다.
그 눈이 참으로 익숙하고 등골 오싹하게 몸서리쳐지는 그놈과 닮았구나.
그래, 젯밥줄 생각도 없는데 벌써와서 거덜낼 생각을 하고 눌러 앉은게 네놈이렸다?
가이가드너는 윌월드의 몰락을 예감한다. 싫지만 이 예감은 언제나 기가막히게 들어맞으니까,
그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다.
흠, 할조단 꼬라지를 봐서 버리고 오던가 묻어버리던가 그렇게 하지 뭐. 심심하진 않겠구만.
물론 최대한 화려하게 실패한다는 선택권은 아직 유효하다.



------------------------------------------제5장

-후우..

카일레이너의 숨바람에 실려 깊게 패인 먼지자욱아래 녹색빛을 은은하게 내쉬는 랜턴은
살짝 빛바랜 미시간주스티커에 번들거리는 먼지와 함께 구석깊이 달라붙어있었다.
눅눅해진 빈티지보틀 사이에서 겨우 그것을 끄집어낼수 있어서 안심하는 동시에
우주에서 가장 섬세한 능력으로 이 잡동사니의 소굴을 헤쳐나온것을 스스로 대견하게 여기던
카일레이너는 문득 그의 랜턴안에서 다른 우주와 연결되어온 간헐적 메시지의 흔적을 알수있었다.

고작 몇줄의 안부와 작은 사담을 오간것 뿐이나 반지도 없이 어떻게 알아들을수 있었던 것인지,
짧게는 몇주 길계는 년을 오갔던 출처모를 언어와 소통하는 방법은
인간의 성대로 가능한 발음들과 이해하고자 하는 의지뿐이었으리라.
놀랍게도 그 작은 소식들만으로 연결은 견고하고 체계적이었는데 중앙배터리의 저전력으로 인해
많은 배터리들이 동결상태가 되어있었던 와중에도 거의 평소와 비슷한 의지의 흐름이 느껴지는것에
둘은 다소 감탄하던 참이었다. 어지간히도 타인과 자신을 연결하는것을 버릇마냥 몸에 익혀온 사람답달지,
그 덕을 보게 된것은 이 창고안에 쌓여있는 외계제 술이나 음료만은 아닌것 같았다.

불꺼진 가게의 바탑에 랜턴을 올려놓고 잠시 그것과 연결된 흐름을 이온과 지켜보기로 한다.
이 가닥들을 헤치고 들어가 좀더 원천이되는 그곳이 살아있어야 했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온전하게 중앙배터리를 경유하는 끈이 느껴졌지만 그것뿐이었다.
아니, 그것만으로 충분하다. 이 아슬한 끈만이 온전히 그를 지탱하는 생명줄과 다름없으니
가이가드너는 원한다면 언제라도 윌월드에서 나올 수 있을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카일레이너와 이온은 이 생각에 동감한다.
붕괴를 멈출수 없다면,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이 모든것은 자연스러운 과정인것을 간셋 또한 알고 있었으리라.
불변이란 단어에 머무르는 완전함에 불과하지 않은가.
많은 잘못들이 말이 품고있는 환상을 쫒다가 스스로 튕겨져 나가듯이
할조단은 스스로 쌓아올린 죄의 범주에서 치를수 있는 대가를 받고있을 뿐이었다.
때문에 그것을 말로써 설명하기엔, 사람의 입으로는 끌어낼수 없는 진실의 문이 있었고
그 문을 열 수 있는 형태는 끝내 감정이란 느낄수있는 것에 의지할수밖에 없는것이다.

카일레이너의 죄책감과 걱정이 결국 정해진 결말을 맞이하는 것에 관한 할조단의 심리를 생각하듯이,
역겁의 세월에 걸쳐 쌓아올려진 의지의 네트워크가 무너져버리고 새로운 지도를 쓰게되어야 할 순간을
맞이할 이온의 막막함과 겹쳐져 그 무엇보다 위대한 자신들의 존재를 뒤흔들어 움츠러들게 만들었다.


<어찌해 그렇게 실망한채로 시간을 낭비하는가 이온 레이너>

-?...간셋-!


반짝이는 유성우빛을 막 털어낸 마지막 수호자가 워리어즈에 들어섰다.
그는 자신의 키보다 거진 세배는 긴 알프스호른처럼 생긴 푸른빛의 봉과
거의 투명한 유리처럼 반사광과 빛을 내는 백색랜턴을 양손에 잡은채로
포옹하는 카일레이너의 인사를 어깨에 턱을 받친채로 받아주었다.


-어디에 가셨던겁니까. 그동안 전혀 읽어낼수 없었다구요.


-그점은 사과하지. 그럴만한 곳에 있었네.


그의 대답의 증명이라도 되는듯 테이블 한켠에 대충놓여진 의자에 발돋음하여 올라선 간셋은
백색랜턴에 푸른빛 봉을 가져가 겹쳐자 일순간 가게안을 휘몰아치는 파랑의 광풍이
두사람의 눈동자를 놀라움으로 물들였다.

간셋의 환희에 찬 입이 흥분을 외친다.


-역시 생각대로일세!!

-그러네요-!!



알쏭달쏭한 간셋의 말에 휘말려든 카일레이너 역시 이온의 감정에 따라 뭔지모를 흥분에 차있었다.


광풍이 순식간에 백색의 랜턴을 푸르르게 물들이자,
간셋의 푸른빛의 봉이 그 색을 바래고 열기를 뿜어내며산산히 타올라 재로 화하기 시작한다.
무너진 잿가루들이 옅게 남은 바람을 타고 랜턴안으로 휩쓸려 가며
반대쪽으로 형태를 이루어 날아오르기 시작하자,
그제서야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것인지 카일레이너는 간셋과 이온의 뜻을 이해할 수 있었다!


-아다라!

-어서오시게!! 희망의 실체여!!



아직 어리고 작은 새는 피핏거리는 음성과 힘찬 날개짓으로
자신의 존재를 과시하듯 천장을 한바퀴 돌아서
카일레이너의 어깨를 돌아 이온과 인사를 나눈후 간셋의 머리위로 올라 앉았다.
이온과 패럴렉스의 형제이자 자매인 또하나의 엔티티가 타인의 도움없이 형태를 갖춰내어,
실존체로 탄생한것이다!
카일레이너는 자신의 안에서 동요하는 이온을 진정시키며 작은 아다라에게 손을 내밀었다.


-가능한 일이라곤 생각못했어요, 아 물론 저뿐입니다.

-솔직히 말하지, 나역시 의심했다네.



아다라가 콕콕거리며 간셋의 정수리를 쪼아대자 가디언께서 움찔거리며 옷깃에 남은 잿가루를 털어내셨다.
푸른빛으로 물든 랜턴에 손을 가져가자 어떤것도 느껴지지 않던 그 빛은
예상치못한 진원지로 하여금 완전히 다른 감정으로 채워진것을 두명은 알 수 있었다.


-이 랜턴은.. 이제 새로운 근원으로 탈바꿈한겁니까?

-..예전같다면 그렇게 답했을지도 모르겠군, 하지만 근원이란 이러한 도구에 가둘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이온이 상당히 충격을 받은 모양이에요..

-이온은 너무 오랫동안 중앙배터리 안에서 머물렀어.. 우리가 너무 안일했던 탓일세



설마, 말투스에서부터 시작되온 그대들의 여정은 단 한번도 안일함이 없었다고.

이온은 레이너의 입을 빌리려다 잠시 생각에 머물렀다.
빌려왔던 몸들 안쪽에서 많은 실제하는것들을 느껴온역사를 정리해야만했다.
여태껏 모든것들을 대변하는 존재로써, 진실로안일함에 머물러있던것은 누구였던 것일까.
실체란 정말로 손에 잡힐듯 한 것들로만 이루어졌던 것인가.

이온은 패럴렉스를 알았다. 그가 유일적인 존재로 인식되고 싶어했음을 또한 이해할 수 있었다.


그 기나긴 열망의 결과가 오래된 예언과 같이 필멸체의 형태를 빌린채로
자신을 각인시켜 불변의 실체를 품은 모습으로 거듭나게 한것임을.
필멸자들의 근시안적 시야에 발맞춰 이보다 더 좋은 방법도 없었다.
이온은 유일함이 가져다주는 한계성을 거절하였다. 고정된 외형에 같혀 유한의 존재로써 각인되어 남겨진다면,
불멸적인 실체로써 그보다 더 기나긴 형벌이 없으리라.
때문에 감내할수밖에 없었던것이다, 운명적으로 패럴렉스와 반대편에서 그와 마주해야만 하였다.
그러나 이제사 깨달은것이 필멸자들만큼이나 짧은 생각으로 이루어진 어리석은 결론이었음을 알았다고,
아다라의 기분좋은 지지배배탓에 이온은 어디론가 숨고싶을정도로 부끄러움을 느꼈다.
그동안 너무 좁은 어항속에서 지낸 탓이었을까, 패럴렉스 역시 그랬을터였다.
이온은 우주탄생이후 처음으로 가능성의 기대를 걸어본다.

이 기대감을 무엇이라 부르면 좋을까?

카일레이너는 그를 대신하여 가이가드너의 배터리앞에 섰다.
지금껏 이 우주의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눠온 로그의 흐름을 다시금 띄워올리자.
지금까지 섹터와 섹터를 이어온 군단과 윌월드의 선뿐만이 아닌 흐리고 여린,  
아마 가이가드너 본인조차 눈치채지 못할정도로 수많은 가지들이 자라나 뻗어져있었다.


-어쩌면, 새로운 희망이 여기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간셋.

-문자 그대로군.



새로운 희망.

온전히 사람의 의지만으로 이루어져있는 그 어떤 가능성,

그것을 마주하는 아다라의 희망찬 날개짓이 푸른빛으로 화하여 녹빛에 어우러진다.



------------------------------------------제6장


우리들은 아주 긴 시간동안 헤지고 낡아버린 조각들을 양손에 움켜쥔채로 어떻게든 버텨왔었다.
가치란것은 변치않는것이며 가지고있는 것을 확인하는 것 만으로도 믿음이 사라지지 않는 것이니까.
설령 눈에 보이는 것이 전과 같지 않다 할지라도 나의 머리속에서, 그 기억만큼은 여전히 완벽하고.
굳건한..


-!!!$$##@# ***!!


할조단은 작은이들의 다급한 외침에 쌓아올리던 빌딩숲에서 몸을 내던질 기세로 뛰쳐나와야했다.
운좋게도 맞은편 구름다리에 걸쳐져 부서지기 시작한 빌딩은 와르르르- 블럭이 무너지듯
꺼져가는 지반과 함께 저너머 심연속으로 빨려들어가 공사중이던 현장 절반을 삼켜버리고
다시 고요하기 짝이없는 검은 그대로인채 실망과 허무함으로 우왕좌왕하는 작은이들의 혼란을 무시하였다.

녹색땅먼지를 가득 뒤집어쓴 할조단은 주저앉은채로 여태까지와는 비교할수 없을정도로
거대한 씽크홀과 조각나 부서져가는 한때 어느 군단원이 내어주었을
이 영토의 붕괴를 지켜볼수밖에 없었다.

그래, 알고있다. 파도앞에 모래성을 쌓는격이라는 사실을.
쩌적대며 위협적인 금이 자신을 주변으로 에워싸고 돌자, 갑자기 할조단의 뇌리로 자문이 스친다.

이만할까

작은이들이 초록흙먼지너머로 자신을 발견하고 어쩔줄 모르는
안타까운 꼴을 바라보며 그는 깊게 숨을 들이마셨고,
양손을 버팀목으로 몸을 겨우 일으키자 빠각거리던 땅은 아에 조각이 나다못해
시원하게 찢어지기 시작했다.
점차 자신의 무게를 더해 심연으로 가라앉는 기분. 실제로 할조단은 서서히 잠기기 시작했고
작은이들은 앞다투어 비명에 가까운 부름으로 자신들이 가진 도구를 사용해 그를 구하려고 애를 쓰고있다.
무너져가는 상상의 세계를 재건하기위해 손을 빌려준 주민들의 마음에까지 상처를 내다니,
끝까지 못할짓만 골라가며 하는구나 할조단. 아무렴, 이래야 자신다운 최후 아니겠는가.
그는 주머니속에서 먼지와 함께 뒹굴거리는 반지를 만지작대며 길게 숨을 들이마셨다.

이번에야말로 다시는..


<작작좀 해라!>

-욱!


신경질적인 부름만큼이나 과격한 팔의 휘감겨 할조단은 영문도 모른채
공중으로 훌쩍 띄워져 안전한 영역으로 던져져들어왔다.
흔들리는 머리탓에 겨우 허우적대며 너머로부터 몰려온 작은이들에게 둘러싸이는동안
그를 심연속으로 안내해야할 초록의 땅조각은 홀로 편도여행을 떠나버렸고
그옆에 투덜거리며 손을 털어내는 익숙한 사내가 자신에게 성큼걸이로 다가오고 있는것이...

-새꺄!!

-커헉!

고작 세걸음만에 할조단의 아구를 가격한 가이가드너의 반가움이
그동안 그리웠던 시간을 한번에 대변하듯 전력으로 내리꽃히는바람에,
그 커다란 애정을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 정신을 놓아버렸다.


------------------------------------------제7장

<스튜어트, 중앙배터리의 균열이 가속화되기 시작했네. 이대로 가다간 붕괴하는것은 시간문제야.>

심하게 노이즈가 낀 살락의 연락상태와 하락하는 내구력 퍼센테이지를
곁눈질로 존스튜어트는 얼마전부터 심하게 요동치며
의지의 파동을 내뿜기시작하는 모고의 거대한 배터리에 휩쓸리지않게 온힘을 집중하고있던 차였다.
가이가드너가 안으로 들어간지 몇시간이 지나지 않았지만 이번만큼은 무언가 일어나고 있음엔 확실하다.
..틀렸다면 이게 마지막을 뜻하는 것 일수도 있겠지. 대략 그런것 말이다,
중앙배터리의 붕괴에 따라서 연결된 모든 그린랜턴들의 도구에 영향을 미치게되는 최후의 공명같은.

-연결되어있는 군단원들과 관련자들에게 내린 대피령은 어떻게되었나!?

<오아에선 버틸수없는 상태라 확보된 안전지역으로 최대한 분산시켰네,
다크스타즈와 리.전의 함대에 원조요청을 보냈지만..

이대로가다간 군단원의 육할정도밖엔 안전을 보장할수없어!>

육할.
순간 들썩이는 몸의 균형을 되돌린 존스튜어트는
동요하는 자신을 가다듬어 살락과의 통신을 최대한 안정시킨다.
촉박함과 싸우던때가 어디 지금뿐만인가, 희생의 불가피속에서 뭉쳐왔었던 그린랜턴 군단이다.
우주의 존망을 두고도 최후의 최후까지 살아남아 여기까지 다시 끌어올린 우리들이며,
자신들의 가치를 믿고있는 우리들이다.

-살락, 우리는 어떤 가장 어두운밤일지라도 어떤 가장 밝은낮속에도 외면한적이 없었지

<..그래, 그 어떤 악일지라도 우리들의 시야에서 벗어난적이 없었지>

-하면 우리들이 가지고있는 힘을 경계해야하는 것이, 오직 악을 숭배하는 자들뿐이었을까

<...>

-이.. 강대하고 끝없는 빛을 사용하는 그린랜턴이 그 근원의 존망을 눈앞에 두고있다면,
지금 내가 느끼고있는 이 감정이 두려움이라 할만하지 않겠나.

<스튜어트, 자네마저 약해져버리면 더이상은..>

-아닐세, 살락. 우리들이 가르침을 받은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을 다시금 돌이켜 봐야 하지 않겠나.

<....다시금>


또한번의 거대한 의지의 파동이 숲전체를 뒤흔들만큼 빠르고 거대한 진동의 파형으로
존스튜어트를 덮치고 퍼져나가자 순간적으로 그의 집중력이 흩어져 유니폼과 통신연결이 끊어져
지구인인 자신의 사복차림으로 녹음아래 나뒹굴고 말았다.
손끝으로 지직대는 반지의 스파크와 동시에 다급한 살락의 외침이 다시 띄워졌지만
존스튜어트는 겨우 바닥에서 몸을 지탱하는것이 전부인 상태였다.
과연 별의 의지.
한낱 인간의 몸뚱이로 그것을 받아내는것은 그자체만으로 위대한일이라 할만한 도전인것이다.


<존! 존!! 스튜어트 괜찮은가?!>

-난 무사하니 걱정말게 살락..! 큭..

<어서 대피하게! 모고역시 한계에 다다른거야!>

-아니! 난 여기서 가드너를 기다려야해!

<내경험상으론, 가이가드너가 성공할 확률은 희박한데다 신뢰할 이유조차 없어!>

-둘다 동의하지만, 그는 원하는건 어떻게서든 얻어내왔었지!

<정말로 할조단의 복귀를 원하고있단걸 어떻게 안단말인가!>

-그건 몰라..하지만!



존스튜어트는 온힘을다해 나무그루를 잡은채로 겨우 몸을 일으켜 무릎꿇었다.
마치 폭풍속에서 헤매이는듯 질끈 감았던 눈을 뜨고 생채기투성이가 되어가는 팔다리로
모고의 배터리가 내뿜는 광기에 가까운 의지를 지켜보았다.
정말 이대로 끝이란말인가? 군단도? 의지의 힘도?
여태까지 이루어온 모든 것들의 종말이 이토록 자신들을 불안케 하여 뒤흔들게 될줄이야.

...불안..

...존스튜어트는 광풍속에서 조용히 눈을 감고 자신을 집중하려 애썼다.
아니 애쓰지않아도 알수있다.
쿵쾅거리는 심장과 빠르게 흐르는 혈류 바짝 말라버린 목과 입술.
머리속을 가득 채운 걱정, 혼란, 두려움. 무시하려 애써온 두려움.
그는 자세를 고쳐잡았다.
날아갈것같은 바람은 그대로였으나 아까보다 더 고요한 가운데서 호흡을 가다듬고
나약하게 뜯어지기 일보직전인 모고위에 피어난 작은 들풀들사이에 손을 가로막아 그위를 감싸주었다.
심장의 고동이 존스튜어트의 양팔을 타고 땅으로 부드럽게 녹색빛과 함께 흘러들어가기 시작하였다.

그의 심장박동에 화답하듯, 모고의 과열된 배터리가 점차 사그러들며 천지를 개벽할정도로 울리던
의지의 파동또한 그 규모를 멈춰가며 언제그랬냐는듯 다시금 작은 산들바람으로 화하였다.
그제서야 존스튜어트는 자신의 몸뚱아리 가득 스쳐진 생채기들을 툭툭 털어버리고 일어나 중얼거렸다.  


-결국 우리 모두 같은 기분이었군.


여전한 모고의 침묵을 뒤로한채로 살락과 원활해진 통신창을 띄우며
존스튜어트는 이젠 정말로 얼마남지않은 시간의 끝자락에 섰음을 실감한다.
다만 이제는 더는 불안하지 않는다. 그는 두려움을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고 그 결정에 후회하지 않는다.
설사 더는 그린랜턴군단일수 없다 하더라도,
다른 선한자들과 함께 쌓아올린 것들이 사라지는것이 아님을 안다.
보라, 살락의 전언대로. 오아상공 저너머에서 다크스타즈의 선단이 도착한것이 보이지 않는가.
저들은 살아남을것이다, 그렇다면 가이가드너와 할조단은..

존스튜어트는 몇걸음 옆에서 나뒹구는 할조단의 힘이 소멸한 배터리를 집어들었다.
아니, 소멸했다고 생각한..그의 배터리가 아주 옅은 빛을 흘리고있었다.
그빛은 여태껏 녹빛에 덮여 제대로 눈치챌수없었던 희미하게
노란빛을 확연이 알수있을정도로 두가지색이 뒤섞인...

-이건..!

파칙-!!!

순간 공기중에 정전기가 튀어오르듯,
존스튜어트의 반지를 타고 모고의 땅으로 노란빛이 튀어 팔방으로 터져나가자
마치 기다렸다는듯 들풀속의 꽃들이 녹아내려 믿을수없는 규모의 포자로 흩날리기 시작했다.
노란색의 포자가 마치 땅바닥에서 구름처럼 피어올라 하늘로 쏟아져오르기 시작했고
미처 예상치못한 이 포자의 대폭발에 모고의 배터리와 존스튜어트는 순식간에 휘말려들어가며
모고의 초록대지한켠이 점차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오아에서 이 모든과정을 지켜보는 살락은 차마 인원을 차출할수 없는 현재상황에서
그들을 구조할수 없음에 이를 갈며 카일레이너와 간셋에게 회신없는 연락을 거듭할뿐이다.



------------------------------------------제8장


-허헉!

할조단은 화들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아니 정확히는 멱살에 잡힌상태로 덜렁거리는 자신의 머리통은 일으켜세웠다는 표현이 정확하겠다.
얼얼한 양 볼따구에서 느껴지는 아픔이 혀안에 튄 찢어진 볼살의 피맛으로 시큰하자
그제서야 정신이 번쩍들어 눈앞에 자신의 이마를 두들기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투덜대는
그 익숙한 사내의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 들을수있게되자
신음성인지 모를 끔찍한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를수밖에 없었다.


-..가이가드너..끄응

-뭐 이자식아,

-내 최후의 손님이 자네일줄은 몰랐는데.

-말이라고 진짜 주둥이를 똥꾸녘에 쳐박아주고싶구만 아주.

-못할거 뭐있어, 여긴 윌월드인데.


양팔을 들어 으쓱거리는 할조단의 너스레에 질린듯 가이가드너는
그의 멱살을 버리듯이 풀어주곤 돌아서서 다시 정신을 집중했다.
아니, 안돼. 아직 너무 멀었다. 카일자식 싸게싸게 찾아들고 오질 못할망정..아니, 에라이 누구탓을 하겠냐.
한필 그때 그전보를 끝으로 다시는 보지도 않을것처럼 구석에 쳐박아둔건 자신이었다. 내탓이다. 아무렴요.
언제나처럼 가이가드너의 잘못된 판단으로 모든일을 망쳤습니다...아얏! 이게뭐야!?

그의 어깨를 강하게 때린 녹색 돌덩이가 반대편으로  튕겨 날아가고있었다.
기절한 할조단을 여기까지 질질 끌고올 동안 저멀리서 그 짧은다리로 포기할줄도 모르고
열심히 쫒아오던 작은이들이 마침내 추적에 성공한모양이었다.
가상함에 뒤이어 용맹한 함성과함께 나뭇조각에 공구에 모든 위험한 물건들이
가이가드너를 타겟으로 날아오기 시작했다.


-#$#$%#@!! **! ***!

-아옥! 아 저쬐깐한트롤들이진짜!!

-다..다들 진정해!!


마음만 먹으면 한손으로 이 트롤만도 못한 엉성한놈들을 휩쓸어버릴수 있었건만
마치 할조단의 충직한 멍멍이들이라도 되는양 그들은 순식간에 싸울의지를 잃고 양순한..아니
지나치게 감정적인 징징이들이 되어 그를 둘러싼채로 울음바다가 되고말았다.
쫘식들..무섭기는 또 무서웠나보구만.
난쟁이들의 무리를 다독이는 할조단의 원숙한 태도에 세번쯤 한심함을 느끼며
가이가드너는 목에 꽃힌 나무조각을 빼내어 먼발치로 집어던졌다.


-그래도 여기서 심심하진 않았겠구만.

-빈정거리지마.

-진심어린 빈정거림은 빈정거리는게 아니라고 내가 언제 말하지 않았냐?

-이들은..여기서 살고있는 주민이기도 하지만, 아마 이중 몇은 내 일부이기도 할걸.

-호오. 그래서 이렇게 모자란거구만.

-몇은 네녀석의 일부일텐데.

-아, 그 용맹한녀석은 나를 제대로 맞췄을거야.


우르르릉- 일순간 막대한 진동이 엄청난속도로 땅을 가로지르고 뒤이어 솟아오르는 파편이
저너머에서 줄지어 초록의 대지를 조각내기 시작했다.
이젠 정말로 윌월드가 산산조각 나기 시작한것이다.
수평선을 가로지르는 너머에서 마치 녹아서 흩어지는 빙하처럼
서서히 부서지는 녹빛의 천장과 구조물들이 물결하나없는 공허한 심연의 바다속으로
삼켜져 점차 나갈수없는 문에서 허둥대는 가이가드너무리쪽으로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했다.
더이상은 낭비할 시간이 없음을 직감한 그는 할조단의 어깨를 잡아챘다.


-젠장 이봐 조단, 여기서 나가야해. 당장.

-그건 불가능해. 내가 누구도 들이지 않기로 결정했을때
이문을 강제로 열수있었던건 오직 내 의지보다 더 큰 힘뿐이었어.

-오라질 그래서 모고로 나를 우회시킨거구만.

-맙소사, 어쩐지 어떻게 해냈나 싶었다..!

-감탄할때냐! 야이 꼬맹이들아 걸리적대지말고 절로꺼져!!!

-@@$@#$ ><!


그의 다리에 달라붙어있던 작은이 한둘이 격렬한 발짓에 튕겨져나가자 한번 흐릿했진 몸뚱이가 마치
영사기필름 돌아가듯 빠르게 감겨지더니 형체없는 빛무리로 흩어져
이내 조각나는 윌월드의 대지로 흡수되어버렸다.
그 끔찍한 살인(?)현장을 목도한 다른 작은이들은 너나할것없이
허둥거리던 발악을 멈춰 할조단의 뒤로 비명을지르며 재빠르게 숨어버렸고.
뭐라 변명할 새도없이 가이가드너의 코에 목공질과 녹색석회를 바르며 단단하게 다져온
할조단의 굳은살 빼곡한 주먹이 시원하게 뼈를 박살내며 꽃혀버렸다.


-새끼야!!!

-크걱!!!


우당탕!! 하며 뒤로 완전히 넉아웃된 가이가드너는 뇌진탕으로 작살날뻔한 정신줄을
양손에 꼭쥐고 반동삼아 일어나선 무너진 코때문에 피를쏟으며
맹맹한 목소리로 할조단에게 손바닥을 내밀었다.
싸울생각같은건 뒤돌아보면 쏙들어갈상황에 대체 이게 무슨지랄이람!


-화낼일이냐 지금!

-네놈은 만난지 한시간도 안됬겠지만 나는 그날이후..

-..뭐 그날이후 뭔데? 계속해봐.

-...

-내가 오아에서 피떡되서 죽을뻔했던 그때 이후 말하는거냐?

-....

-아니면 시간을 전부 지워버리고 다시 재편성하려고 했을때 퀸의 화살에 쳐맞을때 말하는거야?

-.....

-아하, 그렇지. 선이터한테 냠냠- 당한다음 꼭꼭 씹히던 와중이었구만.

-...


가이가드너는 비틀린 코를 제대로 맞춰 고정하곤 팽-! 피딱지가 섞인 가래를 풀어냈다.
철퍽! 천박하고 더러운 끈적대는 붉은 핏물이 녹빛땅위에 흐믈거리며 달라붙어버렸다.
무엇이라 말할지 길없이 헤메이던 생각속에서 그의 코푸는소리 한방에 빠져나온 할조단은
곧 자신의 곁에있던 작은이들이 잠시 주위로 물러나있는것을 알 수 있었다.
그는 가이가드너의 코살점과 피가 묻은 손이 부끄러워져 다른손으로 감추고 말았다.


-..왜 온거야.

-오고싶어서 온거 아냐. 밖에선 난리가 아니야. 

군단이 멸망하느니 뭐니 다들 종말앞에서 없는신을 찾고있지.
그래서 내가 대행자로 온거다.

-..그러면 큰 실수했군, 다들 뭔가 대단한걸 바란모양이지만 실망하고 떠났거든.

-그래 존나게 실망스럽긴하네.
하기사 니가 갑자기 속성과외 받는다고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을 지을수있는 머리가 있는것도 아니잖냐 이해한다.

-...

-나가자.

-자네 혼자 나가.

-못해.

-가
.

-못한다고,

-대체 왜 못하는데!!

-아직 내 배터리가 도착안했어!!

-그딴이유라면 닿을수있는 곳까지 어서 피해! 
그러면 저 빌어먹을게 널 삼키기전에 여길 뜰 수 있을거아냐!!

-혼자서 나갈문은 잔뜩있겠지 하지만 모고의 배터리는 여기뿐이고 난 여기서 네놈이랑 같이 나간다!

-그러니까 왜 내가..

-사과해야할거 아냐!!


높아지던 언성의 크기를 잠재운것은.
거의 고함에 가까워 갈라진 목소리로 반박한 가이가드너의 한마디였고
두사람은 빨개진 귀와 숨소리를 최대한 침착한 눈빛으로 가리기위해 노력하며 서로를 바라보았다.
세상이 무너지는 가운데 사방을 채우는 갈라지는 굉음이 한음절마냥
그들이 서있는 바닥을 뒤흔들자 할조단은 떨리는 혀를 진정시키며 입을 열었다.


-그런다고.. 해결될일이 아냐.


가이가드너는 이번만큼은 아무말도 하지않은채 조용히 할조단을 지켜보았다.
그는 마치 문제를 일으켜 교장실에 불려온 학생마냥 우두커니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한번의 깊은숨을 발판으로 할조단은 검게변해버린 자신뒤의 모든 땅을 배경삼아 조용히 읊기 시작했다.


-모든것이 내가 한 짓이니까. 돌이킬수 없다는것도 잘 알고있고,
고통받고 실망한 이들에게 그 어떤 방법으로도 용서를 구할 수 없어.
그래서.. 그래서 여기 남아서 할 수 있는것을 해야 한다고
..그것만이 여기서 산산히 부서지던 나를 유지할수 있게 만드는 최선의..의지였어.


그의 말을 경청하던 몇몇의 작은이들 사이로 한명의 작은이가
발치에서 흔들려 분해되 사라져 땅으로 돌아가버렸다.



-그래서 혼자라도... 어떻게든 여길 구하고싶었어.
내가 그 일을 해왔던대로, 실수하기전의 방법과 경험만으로 오직 정직하게 최선을 다해서..
그런데도, 그래. 나는 그저 이곳에 일부에 불과한 존재였다는걸 깨달았지. 도저히 막을수가 없었어.

서너명의 작은이들은 다소 슬픔에 젖어 그의 바짓단에 유감을 표하며 흩어져내렸다.
그모습에 할조단은 감정이 요동쳤으나 애써 참아내며
가이가드너의 무표정한 얼굴에 지지않겠다는듯 말을 이었다.


-당연한것 아닌가? 나로 인해 시작된 붕괴였어.
이세계를 유지하는 축대를 부수고 세상밖으로 던져버렸으니 

죄를 지은 당사자가 값을 치루는 결말이 합당한거야.

-...


가이가드너는 할조단을 훑어보곤 한숨을 내쉬며 뒷목을 쓸어내렸다.


-끝나셨어요?

-더 무슨말이 필요한가.

-아니, 그래서 그게 사과를 안할 이유가 되는지 진지하게 생각할 시간을 준거야.

-가이가드너, 자넨 정말 꽉막혔군. 내가 나가서 멍석말이라도 당하는 결말을 바라나?

-어어어어엄-청 바라는데 어떻게 알았냐. 아이고 황송해라 제가 한 오백대쯤 패줄생각이었습니다요.

-그리고 그린랜턴 군단 광장에 매달아서 30일동안 전시해둘텐가?

-다앙근이죠. 전우주에서 네놈한테 팔매질하러 올 관광객들이 30일투어로도 

모자랄텐데 겸사 한몫벌어야지.


피식대는 헛웃음에 섞인 잔인한 농지기에 작은이들이 꺄륵대며 조곤조곤한 말소리를
할조단의 주변에 흘리곤 녹색으로 살며시 누워 잠들듯 없어져버렸다.
마침내 그는 자신이 이야기했던것처럼,
홀로서서 가이가드너를 마주한채로 쓸쓸하게 머금은 미소를 거둘수 있었다.


-도망칠데가 없군 조단.

-그러게..너도 포기하지 않을테고.

-곧 이 시시한 농담따먹기가 현실이 될테니 기대해도 좋아.

-글쎄..그게 잘될지 나도 장담할 수 없는걸..

-...?!


가이가드너는 움찔거리는 오른쪽 눈을 잠시 쓸어내리고 다가오는 공허속에서 휘황찬란하게,
거의 황금빛으로 달아오른 녹색의 무리가 빠른속도로 할조단을 향해
궤적을 따라 내리꽃혀지는 뒤늦게 발견했다.

아차!


-미안하네 가이.


마치 번개가 떨어지듯 엄청난 빛무리와 튀어내린 노란빛에 그만 가이가드너는 눈을 질끈감고
휘몰아친 바람에 쓰러지지 않게 두 다리와 허리에 온힘을 주고 버텨야만했다.
그 짧은순간에도 전신을 타고 오르는 소름이 저릿저릿하게 그의 심장을 찌르곤
뇌를 마비시킬정도로 강렬한 공포를 불러일으켰다.
겹쳐올려 막은 팔 사이로 보이는 녹색의 망토, 전~혀 섹시하지 못한 저 어깨장식과 망할 스타킹.
할조단, 너란놈은 진짜 끝까지 사람 미치게 한다 정말.


할조단의 얼굴을 빌린 그의 자신만만한 미소는 평소보다 더 건강한 치아와 함께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우리 나가서 계속하지 않을래?


사방이 암흑으로 뒤덮이는 이 멸망하는 세상 한가운데에서,
가이가드너는 최대한 상냥하고 예의바르게 부탁해본다.


------------------------------------------제9장

-이런 세상에..

<섹터하우스 카메라가 작동하지 않는군요. 간셋, 레이너. 더이상 오아에서 할수있는 일은 없습니다..!>

-상황은 파악했네 자네들중에서 선이터사건이후로 지구에 들렀던 적이 있는 자들은 서둘러 검진을 받도록

<의료진에게 데이터를 넘겨줬습니다만 너무 오래전사건이라 대조가 미흡합니다.

그러니까 게라행성의..노란>

-역병일세.



카일레이너는 섬뜩할정도로 직관적인 병명을 가진 공포스러운 균이
모고의 절반을 뒤덮어 잠식하고있음을 목도하고 그만 소름이 끼쳐버렸다.
아다라의 위급한 경고가 없었더라면 이온역시 이 불길한 기운의 흐름이
단지 붕괴하는 중앙배터리의 영향이었다고 단정한채로 행성에 착륙했을지도 모를일이다.
그정도로 미미한주제 막대한 규모로 불어난 이 노란역병인 데스포탈리스의
왕성한 번식력은 실시간으로 모고를 잠식하여 세력을 불려가고있었다.


-엄청나군요..

-아다라, 우리와 떨어져선 안되오.


대답을 대신하는 머리쪼기와 함께 간셋과 카일레이너는 이중삼중으로 견고한 의지의 장막을 둘러
최대한 모고의 배터리에 접근하여 버틸수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취하고 작은 희망이
감당할수 있는 속도를 유지한채 병들어가는 행성으로 향했다. 이온은 다소 불안해하는
카일레이너의 심정을 이해하지 못하는건 아니었으나
현재로썬 질좋은 먹이에 불과한 의지의 행성을 삼켜가며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나는 공포의 영역 한복판에 뛰어드는 만큼 그를 다잡도록 응원하는수 밖엔 없었다.

카일레이너 역시 가디언과 새로운 실존체를 동반한 이 막중한 임무의 무게가
자신의 손에 들려있는 가이가드너의 배터리에 실려져 있음을 느끼고 있었기에
자신이 가진 모든 의지를 쏟아부어 보이지않는 벌레들이 갉아먹어가는 장막을 버텨내가는데
집중할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몇번의 고비를 넘겨 푸르른 숲과 광활한 검푸른바다가 펼쳐져야할 모고의 대류권은
그야말로 쿨-에이드 레몬맛 파우더를 빼곡하게 뿌려놓은듯한 꼴이었다.
심지어 바다조차 연녹색에서 노란색 레몬에이드로 바뀌고있을정도로 끔찍한 광경이 아닐수 없었다.


-이온 레이너! 착륙함세!

-간셋! 바닥이 어딘지 짐작할수없으니 제가 정리하겠습니다!

-부탁하네!


카일레이너는 평소 손에 익어있는 지우개질용 브러쉬를 거인용으로 확대하여
힘찬 손목스냅으로 바닥을 쓸어냈다.
조금 묵직하게 걸리는 포자들이  달라붙었으나 나머지는 휩쓸려 바람을 타고 날아가려하자
용서없는 레이너선생의 전용 테이블 미니청소기가 하나도 남김없이
역병구름을 빨아들여 빵빵한 녹색 종이백을 토해냈다.
간셋은 바닥으로 풀썩이며 떨어져 녹아내려가는 종이백을 비지땀을 흘려가며
이중삼중으로 차단한채로 겨우 시들거리며 변색된 초록빛이었던 땅위에 올라설 수 있었다.
대청소를 시작하자마자 지쳐버린 두 용감한 그린랜턴의 용사들을 향해
아다라는 길게 밝고 힘찬 지저귐을 뽑아낸다.


<삐이이이이~>


아다라의 희망찬 재잘거림에 이마에 흐르던 땀을 훔친 카일레이너는
다소 고양되는 기운을 감추지 않고 그 멜로디에 맞춰 호루라기를 불어보는 순간,
마치 이온의 구심점부터 자신도 몰랐던 힘이 더해져 강렬한 소리가락으로 뽑혀나오기 시작했다!


<삐비빅- 삐루루루->


호루라기 주변에 팔방향으로 만들어진 호른에서 부오오오-하는 카일레이너의 의지가 담긴 숨결이
주변에 남아있던 포자들을 한번에 흩날려 내보내자 바래버린 땅바닥에 희미하게 녹색빛이 뿜어지며
단박에 모고의 배터리가 있는 자연동굴의 천장이 거대한 굉음과 함께 부서져 내렸다. 씽크홀?!

-도착..했군!

-스튜어트선배!

-무사했군. 랜턴스튜어트!


마침내 반쯤 비틀어져 피사의 사탑마냥 꺾여져버린 불쌍한
모고의 배터리를 앞에두고 군단의 용사들과 재회할수 있게 되었다.  
존은 심한 기침을 멈추지 못하고 급기야 노란토혈을 연신 뱉어내고있었다.
조급해진 용사들이 그의 상태를 걱정했으나 놀랍게도, 스튜어트의 의지는 그 어느때보다
강하고 견고하게 둘러싸 그와 모고의 배터리를 갉아먹는 노란역병을 뿌리치며 버텨온 상태였다.

-후우, 어떻게든 배터리를 사수..쿨럭! 사수했지만..

-모고..


안타까운 부름과 함께 카일레이너는 존스튜어트를 부축하는 간셋과 아다라를 바라보았다.
대답따위로 지체할시간없이 카일레이너는 꺼져가는 중앙배터리로부터 벗어나
또다른 의지의 연결로 이루어진 빛을 머금은 랜턴을 치켜들었다.
그 미약한 빛을향해. 이온은 카일레이너의 입을 빌려 조용히 뜻을 전하기 시작한다.


<가이가드너와 연결된 그대들이여. 부디 지금, 단 한번이라도 함께 빚어낸 뜻을 떠올려 응답해주십시오>


마치 시냅스처럼 사람이라면 빛의 속도를 상상하는것 그 이상으로 전우주를 통틀어진
동시다발적인 메세지는 마치 소셜네트워크에 올라온 부탁이라도 되는듯,
랜턴을 가진 자들의 머리속으로 또박또박- 흘러들어가기 시작했다.
이게 얼마만인가! 크리스마스 전등에 불이 들어오듯 이온이 올린 안부인사가 화려하게 번쩍대기 시작했다!
가이가드너의 랜턴에 서서히 차오르는 이 단순한 의지의 편린들이 합쳐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세명의 용사들은 웃음이 나올 지경이 되었다.
지금껏 그린랜턴군단에 선택된 용사들의 기준이란것이,
반지에 넣어져 쌓여진 철저하디 철저하다는 그 기준이라는것이,
얼마나 쓸데없는 데이터의 집합에 불과했단 말인가.
그렇다.
살아있는 모든 이들로부터 도착한 작은 반가움의 표현이,
전하고자 하는 사람의 마음이, 그 의지가 지금 이곳에 모여
노련한 그린랜턴 군단의 용사들을 겸손케 하고 있었다!


------------------------------------------제10장

-악!!!!



가이가드너가 지른 외마디비명이
복부를 관통하는 패럴렉스의 팔에 꿰뚫려져 공허 반대편으로 지나가버렸다.
피로 미끌거리는 패럴렉스의 팔뚝을 잡아 다리로 휘감아
장이 튀어나오는걸 애써 무시하고 비틀어 꺾으려본 시도에도 불구하고
패럴렉스의 망토에 휘감겨 팔째로 꽁꽁 묶여버린 가이가드너는
전신의 뼈를 박살내는 압력으로 거의 울것같은 신음성을 이사이로 참아냈다.
자신의 흩어진 팔뚝을 새로 짜맞추며 패럴렉스는 시큰둥하게
그의 인내를 조롱하듯 망토채로 그를 완전히 분질러버려 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아주 잠깐 죽음의 문턱까지 가버렸다가 희번득한 눈에 동공이
반바퀴 팽그르 돌아버린 가이가드너는 피바다가된 초록땅을 기어
붉은것들을 자신의 안으로 복귀시키기 시작했다.
거의 움직일수 없었지만 한순간 나가버렸던 정신에 비하면
그의 박살난 몸뚱이는 빠르게 원형으로 복구되고 있었다.


-잘 버티는군.

-너.. 너 없는동안 짬이 좀.. 올랐거든.


칭찬에 화답하는동안 작은 무인도에 표류하는 꼴로 전락한 가이가드너는
점차 부서져가는 땅위에서 허공을 걷는 패럴렉스를 바라보며
다른곳에 비해 서서히 아물고있는 복부를 쓸어내렸다.


-아직도 재미를 볼 생각인가? 곧 이곳은 없어져버릴텐데.

-너도 마찬가지인가?

-모르겠는걸, 그래도 자네처럼 없어지진 않을거야.

-에라, 그럼 나가야겠네.

-진작 그랬어야했는데 언제나 마지막까지 미루는군.

-누구씨한테 배운거라서. 그래서 다한거냐 할?

-패럴렉스를 찾는다면.

-까고있네 진짜 안에서 상상력좀 키운줄알았는데 이게 다냐.

-시끄럽군. 멈추는 법이 없어 그입은.

-아니 뭐, 니놈시끼가 어설프게 한 덕분에 머리가 깨끗해졌다.


가이가드너는 갑자기 팔짱을낀채로 바닥에 누워 눈을 감아버렸다.
그가 누워있는 초록의 땅은 반절이나 날아가 그의 팔다리가
책상위에 올라 쳐져있는 꼴이 되어버리기 시작하자
패럴렉스는 나긋하게 그의 옆으로 다가가 권유한다.


-곧 사라져버릴텐데?

-그러라지.

-죽음을 이해하지 못한건가?

-충-분히 뒈져봐서 이해하고 자시고도 할 단계가 아니라니까.

-나가, 어서 나가라고.

-못하겠는뎁쇼~



가이가드너는 순간 둥실 떠오른 몸아래로 받쳐지는것들이 아무것도 없음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떨어져 없어지던가 뭐 아프게 그렇게되던가 둘중 하나여야겠지만
그의 추락을 막은것은 패럴렉스가 한손으로 쥔 그의 머리통덕분이었다.


-아야야! 머리카락 머리카락씨!!!아아!!


부들거리며 쥐고있는탓에 버둥거린 그의 몸의 반동이 엉킨 손가락과
날카로운 손톱으로 전해져 두피를 찢고 피가 질질쏟는통에
가이가드너는 엉겹결에 패럴렉스의 팔을 부여잡고
그의 떨리는 가슴께에서 겨우 시선을 치켜올려 얼굴을 마주하게되었다.
사방은 완전한 어둠으로 고요하게 가라앉았고
그어떤 색채와 빛도 전부 삼켜버릴것같은 암흑의 세계로 완성되어있었다.


-가이가드너.


패럴렉스가 입을 열었다.


-할. 넌 정말로 연기엔 소질없어. 진짜 패럴렉스라면말야.
이렇게 사람이 아파할만하고 무서워할만한 부분을 골라서 보여주고 느끼게 해주지 않아.
그건 그냥, 대놓고 가장 고통스러운걸 알게해주는 완벽한 새디스트의 화신이거든.

-...

-그동안 고생했다. 너라서 여기까지 끌고 올 수있었던 거야.


예상하지 못했던 한마디에, 패럴렉스의 마스크가 한순간 벗겨지며
할조단의 당황스러운 실체가 드러나버렸다.


-대체..무.무슨 소릴하는거야.

-네가 말해줬잖아, 축대를 날려버렸다고. 방법과 경험만으로 정직하게 해내야했다고.

-아니야..아니라고


그의 손에 서서히 힘이빠지는걸 느끼고 가이가드너는 크게 숨을들이마시며 벗어났다.
약간 뿌리채 뽑힌 피에 절은 머리털이 아픔과 함께 흩날리며
그는 아무것도 없는 허공을 딛고 패럴렉스,

아니.

할조단과 마주하였다.


-그래 네가 대역죄를 저지르긴 했지, 
그때 애초부터 이곳을 채우던 힘은 패럴렉스와 함께 전부 빠져나가버렸지만.

-그만해..

-그래서 네가 이 세계를 세운거야. 아무것도 없는 이 새까만 곳에서 잘도 말이지, 

네가 만났던 사람들과 그들을 기억하는 것만으로..
허, 혼자서 이 윌월드를 완전히 새롭게 구축하고 중앙배터리가 돌아갈 수 있도록 관리해온거라고.
내가 능력이 없었다고 말했던가? 젠장, 인정해야겠네. 너 어디 관리자쯤으로 취직은 할 수 있겠다 야.

-그만 제발..!

-정말 대단한 녀석이야 할. 나따윈 따라가지도 못할 정도로, 넌 진짜 굉장해.

-아..으흑!


이 무슨,

할조단은 가이가드너의 그 한마디에 허공속에서 완전히 무너져내렸다.
허허, 사람이 이토록 진심어린 칭찬을 하는데 민망하구만.
그의 오른손 중지에 끼워진 낡고 상처로 가득한 초록반지가 희미하게 노란빛 내다 이내 꺼져버렸고
가이가드너는 힘없이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가 쓰러져 내려오는 할조단을 품으로 받아내고 그를 다독였다.
연결은 어느때보다도 강하고 피가 흥건한 담소를 나누는 동안 모든 준비를 끝냈다.
그는 문고리를 잡은채로 할조단을 놓치지 않도록 단단하게 끌어안았다.
그래 이곳은 너무 어둡고 외로운 곳이야. 알지, 내가 잘알아.
가이가드너는 할조단에게 속삭인다.


-그만 집에가자.


------------------------------------------제11장



뉴욕, 브로드웨이 52번가 어디쯤에 있는 품격..은 없지만
모두에게 열려있는 레스토랑이자 바를 겸한 명물 워리어즈 본점.
벌써 크리스마스를 훌쩍 지나고 연말연시 분위기에 푹 젖어있어 하루가 멀다하고
연장오픈과 피로에 절은 직원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고 있는 그야말로 시즌중의 시즌이다.
매니저는 올해도 역시 가게에서 먹고자는 못말리는 워커홀릭다운 포지션을 취할요량이었고
많은 직원들은 그의 건강을 걱정했지만 동시에 두둑한 지갑을 부러워하기도 했다.
매니저는 최근 새로 출시된 아이폰을 세개맞춰 추위로 꺼질때마다 돌아가며 사용하고 있을정도로
자신의 재력을 아낌없이 투자하는 인간이니까. 그런 뻔뻔한점은 사장과 많이 닮아있었다.
뭐 바지사장이라고 하는쪽이 더 잘 어울리겠다.
가장- 바쁠시즌엔 거의 가게에 들어오는일이 없거든.
왜 그런말도 있지 않은가, 시즌에 일어나는 범죄야 말로 진짜배기 범죄라고말야.


-오 매니저, 이거 댁앞으로 온 편진데말야

-펴언지? 허, 누가 나한테 편지를 다 써?

-보기나 하시죠.


가게로 입장하자마자 뜬금없는 소식에 다소 황당해하는 매니저는
희한한 질감의 종이(종이이긴 한건가 의심스러운)봉투를 뒤집어보았다.
하이고, 기분좋게 출근한 사람 인상을 팍 구겨지게 만드는 우라질 필체하곤.
그 작은키에 어울리지않는 거친 발걸음을 피하는 직원들 사이로 매니저는
서리김으로 뽀얗게된 안경을 벗어 올리고 뜯어낸 봉투안에 든 편지를 찌푸린 눈으로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매니저에게~

이야, 벌써 추수감사절이네~ 

아니, 크리스마스인가? 쩝 여기서 시차계산하려면 어지간한 수학점수가 나와야되는데 
내가 돈이랑 스코어빼곤 별로 숫자에 관심없는거 잘알지? 지금 여긴..(전략)

..지뭐야. 그래도 그런데 거긴 좀 어떠냐. 가게는 제대로 하고있는거 맞지? 매니저만 믿고있어용
싸릉하는거 알죵 돌아가면 장부부터 보는 그런 사장 아닌거 알잖앙 힘내줭
나도 죽기살기로 버티고있는 중이라 얼른 돌아가고싶당~

아 글고 이번에 무급일꾼하나 모셔간다 존나 부려먹어도 됨.(중략)

..래서 말야. 거의 복구되긴 했지만 내년초까진 아무래도 군단에 머물러야겠다.
(오아 알지? 그린랜턴들이 모여사는 동네 말이야 내가 말해줬던 그거 지금은 모고지만.)
새로운 신입들도 잔뜩있고 지난번 지구에서 퍼졌던 노란독감의 완전한 치유법도 순조롭게 개발되고있어.
새로들어온 의사양반이 아주 대활약을 하고있거덩, 이 그린-플루는 시제품 나오는 즉시 들고 갈테니까
그동안 누렇게 뜬인간들 절대 손님으로 받지말고 집에가서 퍼질러 누워 그린-패치나 붙이고 자라고해.
도시마다 리그와 랩에 보급해놨으니 비상연락망 알지? 제대로 가게 현판에 붙여놓으라고!
아아참, 예외로 혹여나 조니보이 밥먹으러오면 뒷문으로 안내해라 눈에 띄게 정문받지말고,
그리고 제대로 푸지게 먹여서 보내. 

바빠뒈지는데 패치붙인채로 혼자서 이놈의 섹터 관리하고 자빠졌으니 어디 운신하기가 쉽겠냐고.
자그럼 나는 바쁘니까 줄인다.

-건강하고 돈많이벌고 내 크리스마스볼 녹화본 잊지말고 떠놓고 내년에 봐 

싸릉하는 나의 매니졍~직원들도 내가모르는파트알바들도 싸릉-

......

-대체 뭘 줄였다는거야.

매니저는 총 4장에 이어지는 이 대하수다시편지를 읽고 12시간을 일한듯한 피로감을 느끼고 말았다.
정말이지 도움같은거 전혀 안되는 사장새끼라니까.
잔뜩 미간을 찌푸린채로 안경을 닦아쓰곤 매니저는 대충 자신의 사무실쇼파에 편지를 모아 던졌다.
흠, 새로운 건강음료로 그린-시리즈를 리뉴얼해볼까.
스무디 스타일이면 애들동반한 부모들한테 먹힐것 같은데..?

...샐러리와 그린애플을 주문해볼까.



--------------------------------------------에필로그



그날, 모고의 랜턴속에서 복귀한 두사람이 처음으로 마주한것은
덮쳐오는 노란 파도에 짓눌려가는채로 온힘을 다하여 데스포탈리스의 군세에 저항해
배터리를 사수하는 그린랜턴군단의 세 용사와 한마리 작은 파랑새였다.
앞뒤 가릴것도 없이 그 난장에 합류한 가이가드너의 고육지책은 자신의 배터리를 과부화시켜
거대한 의지의 시한폭탄으로 만드는 것이었고.
그 활약으로 약간의 시간을 벌게된 랜턴들은 즉흥적인 계획을 번뜩여 실행하기를, 그것은 바로
거대한 행성 핵까지 뿌리내린 모고의 랜턴을 송두리째 끌어올릴수있도록 모든 의지를 집중하는것이었다.

희망을 지저귀는 파랑새가 세명의 군단 용사에게 여태까지 없었던 힘을 불러일으키는동안
다시 군체를 이루어가는 역병에 맞서 가이가드너는 계획에 어떤 지장도 가할수 없는 최적의,
최악의 방법으로 노란역병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의 몸 전체를 사용해 청소기처럼 강력한 회전으로
역병포자들을 흡수하기 시작했고 그모습은 마치 벌다인 유전자의 한계를 시험하기라도 하는것처럼
생물의 한계를 뛰어넘는 변화를 무기로 하여 역병의 파도를 쓸어삼키고 있었다.

모고의 핵이 떠오르며 중력과 모든행성요소들이 박살나기 시작하는 진동으로
가이가드너의 품에서 정신을 잃었던 할조단이 눈을떴고,
그는 떠오르는 대지의 일부와 모고의 랜턴,
옅은 녹빛으로 휘몰아치는 핵의 균형을 필사적으로 유지한채
노란 구름들을 쑤시고 올라가는 카일레이너와 존스튜어트, 간셋의 기합성에 놀랐다가
이내 반대쪽에서 엄청난 굉음으로 자신의 몸안에 가득한 포자를 추력으로 내뿜어 용사들을
돕고있는 가이가드너의 모습이 있었다.

순식간에 붙어버린 가속도에도 불구하고 성층권높이를 앞둔
노란-역병의 오존층이 마치 끈적한 막처럼 그들의 진로를 방해하자
기우뚱거리며 배터리와 용사들의 존망이 한순간에 결정날 운명처럼 보였다.
할조단은 납작해질것 같은 자신의 몸을 가까스로 비틀었다.
자신을 압박하는 이 중력의 무게와 사방에 펼쳐져있는 진짜 하늘,
무너지는 대지와 휩쓸려 퍼져나가는 대해의 모습.
그의 눈에 들어온 이 모든것에 대한 격양된 감정을 담아 손을 뻗어 올리는순간.
그의 오른손에 끼워진 초록반지가 화려한 노란색으로 물들어 생기를 되찾았고
반지가 지나가는 궤적에따라 데스포탈리스의 무리가 명령을 받듯 갈라져 흩어졌다!

한순간의 기회를 놓치지않은 덕분에 붕괴되어가는 모고의 껍데기를 뒤로한채
초록과 파랑이 섞인 한줄기 빛무리가 빠른속도로
안전하고 공허한 우주 한가운데로 솟아올라 탈출에 성공할 수 있었다.

공허한 우주.

맨몸으로 엄청난 G를 감당한 할조단은 거의 기절직전의 정신을 부여잡으며 그토록 돌아오길 거부했던,
자신이 다시는 보지 않을것이라 여겼던 그 공허하고 검은 우주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자신의 사방에 펼쳐진 천장없는 무한한 세계는. 셀수없는 별과 별의 조각으로 채워진,
전혀 공허하지 않은 빛들의 향연이었음을 깨달았다.
그동안 외면했던 빛들이 눈에 부셔져 들어오자 할조단은 스스로 하여금 새롭게 깨어나는것을 느꼈다.

저 까마득한 곳으로부터 반사되어 온 빛이 나를 비추고 있다.

그 다채로운 스펙트럼의 중첩들이 수없는 프리즘으로 꺾여 무한으로 퍼져나가는 거리를 보았다.

그의 눈은 이해로 가득차 눈물로 부서져 흘러내리기 시작한다.

다시는, 다시는, 그때로 돌아가지 않을것을 맹세한다.

한낱인간으로써 내가 해온 일들에 어떤 변명을 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이 미력함으로나마, 그들을 돕게하소서.


할조단의 회한섞인 흐느낌을 사이에 두고.
엉망진창이된채로 결국 모든것을 무사히 지켜낸 그린랜턴 군단의 용사들은
이제 오직 이온의 힘과 자신들이 가지고있는 기술만으로,
움직이는 이 별들의 틈바구니를 헤쳐나가야한다.
하지만 그들의 표정은 결연하였고 그 어느때보다도 가득찬 의지와 희망이 함께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간셋은 안전하게 숨겨둔 푸른빛의 랜턴을 꺼내들었다.

아다라는 즐거운 지저귐과 함께 그 작은 몸을 누벼 연신 기침을 해대며 지쳐있는 존스튜어트의
더러워진 오른손등으로 올라앉았다. 코콕대는 희망의 파랑새가 그의 반지를 찌르자.
존스튜어트는 자신이 전에없던 힘을 낼수있던 까닭을 이해할 수 있었다.
이 힘으로 하여금 자신을 채운 의지를 뛰어넘을수 있다는것을 것을 진실로 믿는다.
그는 지금 비록 노란포자에 중독되었을지 몰라도 죽음의 그림자따위를 느낄수 없었다.
모든것이 잘 될 것이라는 희망이 그의 의지를 가득 채운것이다.

가이가드너는 노랗게 물들어버린 자신의 몸을 비척이며 될수있는한 멀리서 그들을 바라보았다.
뜨거워지고 가파오르는 호흡 너머로 그들의 모습이 흔들려져가는 시야속에
그 어느때보다도 밝은 의지와 희망을 내뿜고있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걱정할일 없다는거다.
몇번의 기침으로 아픈 가슴을 쥐었다가 빠져나가는 힘을 어쩌지못하며
그는 옅은 초록의 대지를 침대삼아 쓰러지듯 누워 눈을감았다.
기분째지는 풀과 흙냄새가 가득 묻었지만 뭐 어때.

위대하신 가이가드너가 또 이렇게 한건 해냈군.

나 정말 고생 많았다.

염병할 할조단,

이게 다 너때문이야.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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